본문 바로가기

글쓰기

의외로이 들이낀 하드록 트랙

양서토 - 2021.08.30.

 

 

  제목이 왜 이래. A가 말했다. 이런 걸 소설적인 제목이라고 해. B는 칠판의 글자를 지시봉으로 두들겼다. 소설적인 게 뭔데. C가 토를 달았다. 사건성이지. 하드록 트랙이 들이낀 건 사건성이 있는 거야. 다시 A가 말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드록 트랙은 어딨는데. 지금 천장 스피커로 나오고 있어. 난 여기 천장이 있는 줄도 몰랐어. 우린 이걸 왜 하고 있는데. 튀는 글을 쓰면 반응이고 인기고 좋잖아. 재기발랄하다는 트렌드야. 그래? 그렇구나. C가 말을 마치자 B는 칠판을 냅다 쓰러뜨렸다. 갑자기 왜 그래. 이래야 고조될 것 같아서. 아니야, 그건 아니야. 다짜고짜 물건을 팽개치는 건 사건이 아니라 사고일 뿐이야. 핍진성에도 안 맞아. 사건이랑 사고는 뭐가 다른데. 그리고 개연성 놔두고 핍진성이라는 말 쓰지 마라. 애들아, 개행을 고려하지 않으면 벌써 한 문단 분량이 다 지났어. 다 알겠으니까 일단 칠판부터 부수고 시작하자. . 매개물이 그것밖에 없잖아. 칠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의외성 있는 행동이 부수는 거라 생각해서. 의외성 없는데. 먹는 것에 비하면. 그건 낯설게 하기야? 아무튼 신경증적인 행동은 젊은 작가들이 자주 삽입하는 짓이니까 그냥 하자. 그래. 하드록의 운동성에도 어울리니까. 펑크록 같은데. ‘가 말했다. ‘는 누군데. ‘겠지. 그게 기본형이고 는 관형격이야. ‘는 논평의 주체. 뭐야 우리 지금까지 3인칭으로 근현대적이게 잘 해왔잖아. 규격이 안 맞아 규격이. 그러자 나는 사라졌다. 부숴도 이상한데. 부수고 나서 어쩔 건데. 부수고 나면 무슨 일인가 더 생길 거야. 사건의 연쇄성이 있잖아. 그래. 그럼 어떻게 부술까. 셋이 밟으면 부러지지 않을까. 칠판은 판판한데 밟는다고 잘도 부러지겠다. B는 앉고 있던 의자를 들어서 칠판에 내리찍었다. 근데 칠판의 파인 부분은 어떻게 생겼지. 파인다고? 쪼개지는 거 아니고? 나도 몰라. 모르면 곤란한데. 묘사할 수가 없잖아. 그럼 칠판은 멀쩡한 걸로 하자. 칠판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엄청 단단한 칠판이구나. 이게 결말에서 발견하는 진실이지? 그런 것 같아.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안 과거  (1) 2024.06.08
어느 날 카프카는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  (0) 202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