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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언어역학의 이론과 응용

1장. 언어역학의 이론과 응용

양서토 - 2021.01.10.


제2대학 이학부에선 괴담이 돌고 있었다. 외지에 우주 엘리베이터가 세워졌다는 괴담이. 물리학과의 리아모는 당혹감을 느꼈다. 과학에서 뒤쳐진 외지인들이 어떻게 이쪽보다 앞서 그런 것을 만들 수 있었는가. 리아모는 그 괴담, 즉 확인되지 않은 가설을 거부했다. 그녀는 외지 엘리베이터 완공설을 대체할 새로운 가설을 고안했다. 해당 괴담에서 ‘궤도 엘리베이터’라는 정확한 어휘 대신 ‘우주 엘리베이터’ 따위 표현이 사용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뭘 모르는 문학부 녀석들이 퍼뜨린 거짓 소문이 아니겠냐는 설명을 시도. 이 가설은 점심 식사시간에 동기들에게 제안되어 동료평가가 이루어졌고, ‘기존의 괴담보다도 더욱 개연적인 시나리오를 갖췄다.’는 평을 얻었다. 그러나 그들이 이학부 게시판에 가설을 제출하러 가던 길에, 매스컴에선 외지의 우주 엘리베이터가 관측된 사진이 발표되었다. 외지의 우주 엘리베이터 완공이 실제로 드러남에 따라 식사 중이던 이학부 일동은 경악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이학부 언어역학과의 샤덴이었다. 얇고 긴 자줏빛 눈과 허리께로 내려온 곱슬 은발, 유감스러운 신장으로 사람들은 그의 인상을 곧잘 기억했다. 내지에선 눈에 띄는 외모였다. 제2대학 이학부에선 더더욱 눈에 띄었다. 테이블 한 켠엔 식판과 더불어 개론서가 놓여졌다. 그는 방송엔 거의 눈을 주지 않고 자신의 개론서에 집중했다. 식사에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우주 엘리베이터 소식으로 들뜬 소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좁혔다. 곧 중간시험이었고, 그는 아직 자신의 전공 과목에서 가장 기초적인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력과 마술에 대한 것이었다.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샤덴은 전공 교수에게 직접 마력과 마술에 대해 질문해본 적이 있었다.

 

“마력이 무엇입니까?”

 

“마술 현상을 일으키는 힘을 마력이라고 하지.”

 

“마술 현상은 무엇인가요?”

 

“마력에 의해 야기되는 현상을 마술이라고 하네.”

 

“그건 순환논법입니다. 따라서 교수님의 답변은 아무 내용도 없는 거짓 논증입니다. 혹여 다른 설명의 여지는 없습니까?”

 

문답은 그것으로 끝났다. 교수가 그에게 교수실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고 또 그가 보기에 교수는 더 이상 학술적인 진술이 가능할 만큼 진정된 상태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적당한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봤는데 답변은 대동소이했다.

 

곧 보도 방송은 외지에 대한 내용을 끝마치곤 다음 소식, 투명한 분홍색 염료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으로 넘어갔다. 나쁜 뉴스 다음에 좋은 뉴스를 들려주는 방식은 대체로 옳았다. 투명한 분홍색 염료는 과연 마술이 없는 외지의 과학으로는 만들 수 없는 물건이었다. 다만 그 정도로 외지의 이변에 흉흉해져 있던 이학부의 분위기는 결코 해소되지 않았다. 그들 중 누구도 우주 엘리베이터를 제쳐놓고 투명한 분홍색 염료에 대해 말하는 이는 없었다.

 

다음 강의에 치뤄진 시험에서 샤덴의 답안지는 C로 채점되었다가 그의 필사적인 이의 제기에 의해 최종적으론 D 점수로 조정되었다. 샤덴은 귀가 하고서 학사 경고를 알리는 연락을 받았다. 아마도 그가 더 나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다음 학기엔 확실히 제적될 것이었다. 그는 교무과에 도로 연락을 걸어 학업에 충실하지 않고도 학점을 따낼 수 있는 우회적이고 대안적인 방법을 문의했다.

 

“너는 애초에 왜 학점이 그렇게 된 거냐?” 통화를 받은 건 조교였다. 조교는 문의에 대답해주기 전에 일단 따져물었다.

 

“언어역학 교과가 제게 충분한 이해를 제공하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네가 언어역학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죠.”

 

“아무도 그런 식으로는 말하지 않아, 샤덴.” 조교는 한숨을 쉬었다.

 

“아뇨. 저의 표현과 조교님의 표현에 각각 사용된 두 문장은 논리적으로 거의 동일한 내용을 갖습니다. 술어논리적으로 말입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와 ‘그것은 내게 이해되지 못했다’의 사이엔 결국 능동형과 수동형의 차이밖엔 없습니다. 그것은 두 문장이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조교는 문의에 답변하고서 통화를 끊었다. 훗날 조교는 이 녹취록을 학부 게시판에 공개했고, 샤덴은 ‘언어역학을 마치 사회적 책임을 떠맡을 수 있는 당위의 주체인 것처럼 교묘히 묘사함으로서 조교를 호도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외지인들이 궤도 엘리베이터를 완공? 우리도 한다! 물리학회 소관, 월면 종착의 성간 전차 개통 프로젝트…. 잡스러운 게시가 잔뜩 붙은 학부 게시판, 개중에서 샤덴의 눈에 띄는 공고가 있어 그는 돌리던 걸음을 멈췄다. 그는 마침 학회에 들 참이었다. 학회 활동은 비교과 활동으로 인정되어 학점을 쌓는 데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공고에 첨부된 번호로 연락했다. 물리학회 인사 당담자가 전화를 받았다. 샤덴은 짧은 통화 끝에 물리학회에 입회할 수 있었다.  

 

*

 

“문학부 학생은 여기 못 들어오는데.”

 

물리학회의 회장인 리아모가 샤덴에게 말했다. 그녀는 미안하다는 말을 덧붙이면서도 눈엔 활기가 돌았다. 학회에 처음 나온 참이었던 샤덴은 잠시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자신보다 장신인 리아모와 눈을 마주보려면 고개를 젖혀야 함은 물론이었다. 두 사람은 같은 학번에다 구면이었다. ‘연구 방법 연구 방법론’이라는 교양 수업에서 조별 과제를 협업한 적이 있었다. 샤덴은 표정을 추스르고 나서 리아모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하나, 나는 문학부 학생이 아니야. 둘, 나는 이미 인사 당담자한테 입회 수락을 고지 받았어. 이 부당한 번복의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이유는 알려줬잖아. 문학부는 물리학회에 못 들어온대도.”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언어역학과는 문학부가 아니라 이학부 소속이야.”

 

“언어역학과에선 언어를 연구하는 거잖아. 언어는 문학부 담당이고.”

 

“그렇게 억지를 써서 어휘들의 층위를 교란해봐야 경험적 사실이 거짓이 되지는 않아.”

 

“그러니까, 말장난이라는 거지. 그건 네 전공 아니야?” 리아모는 키드득댔다.

 

“더 할 말이 없으면 앉을게.”

 

샤덴은 리아모의 어깨를 지나쳐 가 빈 좌석에 앉았다. 리아모는 입을 꾹 닫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학회 인원은 총 일곱 명이었다. 학회실의 하얗고 매끈한 벽은 무균실을 연상케 했으나 문서나 기자재 등의 정리는 되어있지 않았다. 리아모가 상석에 앉았다. 곧 성간 전차 건설 계획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이번 년도 안에 완공하는 것이 목표로, 아직 전차의 구체적인 설계는 전혀 없지만 확실한 게 한 가지 있다면 동력에는 마술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술 외에 다른 방식으로 전차를 추진시켰다간 비용적인 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었다. 리아모의 설명 도중에 샤덴이 끼어들었다.

 

“마력 기관의 제작은 까다로워. 교통사업에서 자칫 실수가 있었다간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쉽고, 하여튼 위험 부담은 줄이는 게 좋아. 핵추진이 기술적으로 훨씬 간단하고, 비용을 따진대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물리학회에서 전차 운영을 계속 도맡을 건 아니잖아? 건설만 해놓고 이후의 운영비 부담은 다른 시설로 넘어간다고 했을 때 그리 큰 고려 사항은 아니라고 봐. 꼭 핵추진을 추천한다기보단, 다른 가능성도 모색해보자는….”

 

공학과의 누군가가 마력 기관 제작은 까다로울지 몰라도 이학부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론한 것에 모두가 의견을 같이 했고, 샤덴의 주장은 묵살되었다. 계획의 청사진이 제시되어 본 계획명은 ‘마력 성간 전차 개통 프로젝트’로 개정되었다. 샤덴은 사회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도저한 비판 의식으로 논의를 정반합적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계획의 ‘잡무 담당’ 직책을 맡도록 제안받았다. 그는 거절하려 했으나, 학회장으로부터 이것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것을 설명 들은 끝에 승낙하기로 했다. 샤덴이 일주차 회담에서 배당받은 업무는 원자재 구매와 그 내역서 작성이었다. 아직 본격적인 공사는 미정이었기 때문에 기초 기술 실험 단계에서 사용될 물건들만 구매하면 됐다. 그 실험 단계에서 필요한 물건들이란 것의 목록은 다음과 같았다.

 

-광전효과 방지 필름

-달 부동산 매입에 관한 서적, (절판 시엔 ‘지적 허영을 위한 좁고 얕은 사견’으로 대체할 것)

-원자 단위로 가루낸 칼슘 카바이드

-중심은 어디에나 있고 원주는 아무 데도 없는 원을 그릴 수 있는 컴퍼스

-탄소배출권

-‘삼 분만에 만드는 간편 블랙홀’ 10^20kg 용량분 한 다스와 슈바르츠실트 지름 축소기

-유니콘

-엄청나게 비싼 마요네즈 케이크

 

샤덴은 그 목록과 구매에 필요한 예산이 들어있다고 추정되는 비-현물적이고 전-정보통신적이고 신변상ㆍ보안상ㆍ윤리상의, 그 밖에도 다양한 방면의 문제가 염려되며 사용자의 신용을 경제 효용으로 환원하면서도 그에게 재정 횡액을 가져다줄 위험을 잠재하고 있다는 맹점이 출현 당시부터 지적되어 와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린, 주로 플라스틱 소재가 사용되나 부분적으로 금속이 삽입되어 한 손에 휴대하기에 적합한 크기와 무게로 제조된, 은행에서 조개 껍데기를 취급하던 뭐시기 시대 이래 가장 부정한 결제수단을 리아모에게 넘겨받았다. 샤덴은 회의 내내 받아든 목록에 적힌 물품들과 각 판매처에 대해 검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몇몇 항목들은 그로서는 아예 들어본 적만 있는 게 겨우였다. 폐회 이후에도 그는 항목을 전부 훑어볼 수 없었다. 학회실에는 검토를 이어가는 샤덴과 정리 중인 리아모만이 남았다. 이켠저켠 살펴보던 샤덴은 곧 뒤에서 두 번째 항목을 눈치챘다. 그는 자신이 느낀 부조화감이 착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따져본 뒤에 자신의 판단엔 아무런 착오도 없으며 그에 따른 감정도 합당하다고 결론내렸다. 그리고 마침 자리에 있던 리아모에게 찾아가 따졌다.

 

“유니콘을 사오라니. 일각수를 말하는 거라면 그건 미신 속의 동물이고 실재하지 않아. 유감스럽게도 구할 수 없어. 너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사슴은 몇 살까지 믿었는지, 아니면 혹시 지금까지 믿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

 

샤덴이 목록이 적힌 메모지를 내밀며 말했다. 리아모는 옮기던 물건을 마저 내려놓고 배를 붙잡고 웃었다.

 

“유니콘은 실재해. 네가 기대하는 그 미신 속의 동물은 아니지만.” 그녀는 단말기를 꺼내 유니콘의 사진을 띄워보였다. 샤덴은 “실재하면 당연히 미신일 수가 없겠지.”라고 재빨리 핀잔했다.

 

“외뿔 달린 말이야, 그치? 물론 여인 앞에서 유순해지지도 않고 의사들이 그 뿔을 달여서 환자에게 처방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어. 종종 보통보다 방대한 마력을 내재한 채 태어나는 돌연변이적인 말이 있는데, 그 마력이 유발하는 마술 현상으로 뿔이 돋아나는 것뿐이야. 평범한 말이랑 완전히 같은 종이고, 유니콘이라는 명칭은 이학자들 사이에서 단순히 은어로 부르는 이름이야. 네가 알아들을 리가 없었겠네. 사과할게. 우리 실험엔 마력이 필요하니까 이 유니콘의 마력을 사용하려고 해서 너한테 사오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산타클로스는 한 번도 믿어본 적 없고 루돌프는 십 년 전에 들어본 게 마지막인 것 같네. 엄청 유치한 지적이었지만 너는 마력 개념의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등학교 5학년 생 겸 구태한 문학자니까 내가 이해할게. 더 궁금한 건 없어?”

 

리아모가 얄망궃게 설명하는 동안 샤덴의 동공은 신경 세운 고양이의 그것처럼 점점 벌어졌다. 피로로 쳐진 눈가 피부는 무리하게 움직여지자 경련했다. 그는 곧 눈을 질끈 감았다가 한숨을 내쉬고 도로 떴다.

 

“미안해. 마술이 말의 뿔을 돋게 할 줄은 몰랐지. 그럼, 마력의 명명은 말 한 마리의 각력이 내는 일률이 마력(馬力)인 것과 관련이 있는 거야?”

 

“헷갈릴 소리 마. 그럼 각력의 ‘각’은 ‘뿔 각’의 ‘각’ 자겠어? 네가 말장난이 전공인 건 알겠지만… 아, 발음이 씹히잖아.”

 

“노파심에 말하는데, 그 운율은 각운이 아니니까 참고해.”

 

“아니, 못 참겠어. 마구간으로 꺼져. 유니콘은 두 필이면 돼.”

 

샤덴은 그 말을 어디까지나 비유로 알아들었으나 그는 이튿날 정말 축사에 방문해야 했다. 말을 실제로 끌고 돌아올 수도 없을 듯했기 때문에 운송 주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지만, 유니콘을 거래할 때 운송은 불가했다. 마력의 매개 입자인 마력자는 극히 안정되지 못한 물질이기 때문에, 유니콘은 운반 도중 얼마든지 별안간에 마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자는 유니콘을 배송했지만 주문자에겐 평범한 말이 도착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유니콘은 대면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샤덴은 인근에서 가장 가까운 축사를 찾았다. 심호흡을  한 뒤 가게에 발을 들였다. 그는 곧바로 뿔 달린 말 두 마리를 요구했고, 유니콘은 취급 주의 품목이기 때문에 구매자의 신분과 사용 목적 등을 명시하기 위해 점원의 안내에 따라 몇 가지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다.

 

“유니콘은 불시로 평범한 말이 되어버리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유니콘으로서의 수명을 어림하거나, 개중에서 가장 마력 수명이 긴 것으로 기대되는 유니콘을 분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계약서를 작성하며 샤덴은 물었다.

 

“글쎄요. 그건 완전히 랜덤이라서요.” 점원은 이마를 움직여 눈썹을 으쓱거렸다. 그의 답변이 충실하지 않다고 느낀 샤덴은, 그게 무슨 의미냐며 되물었다.

 

“제멋대로라는 거죠. 알 방법이 없습니다.”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당신의 묘사는, 그러니까, 제멋대로라는 표현이 말이죠. 유니콘의 정신 상태에 따라서 마력자의 유무가 결정된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만일 그렇다면 확실히 알 방법이 없겠군요. 마력은 말의 수의근에 의해 발생합니까? 당신에게 랜덤이란 ‘타자의 의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것 같군요. 랜덤이라는 표현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더라도 당신의 용례는 이 언어 사회에서 의례적이지는 않습니다.”

 

점원은 지배인을 불러왔고 지배인은 사장을 불러왔다. 샤덴은 끝내 점원이 사용한 랜덤이라는 단어에 충분한 해명을 듣지는 못했지만, 사장이 마력 계수기로 점내의 유니콘을 일일이 살펴 가장 수치가 높게 나온 두 마리를 골라주었고, 그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샤덴은 지시 받았던 물품을 다음 회담 때에 전부 가져다놓을 수 있었다.

 

그 유니콘 두 마리는 회담 도중 뿔을 잃었다. 리아모는 샤덴을 추궁해 축사에서 있었던 일을 캐물었다. 진상을 알게 된 리아모는 “세상물정 온통 책으로 배운 문학도를 속여먹다니, 나쁜 자식들.”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력을 크게 방출할수록 마력자는 불안정하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 사람들은 축사에서 가장 불안정한 유니콘 두 마리를 준 셈이지. 그것도 당당히. 그러게 왜 말꼬리를 잡아서는.”

 

평범한 말은 더 이상 실험 재료가 아니었므로 학회실에서 취급할 수 없었다. 처치곤란의 말 두 마리는 철창에 격리되었다. 어쨌거나 유니콘은 필요했기 때문에 물리학회는 이중 지출을 감수해야 했다. 예정에 없던 지출을 메꾸기 위해 ‘엄청나게 비싼 마요네즈 케이크’는 환불되었다.

 

*

 

샤덴은 교수실로 호출받았다. 부른 건 언어역학과의 교수, 그의 전공 교수였다. 교수는 그가 최근 물리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며 말을 틀었다. 샤덴은 교수가 내어준 뜨거운 찻잔에 가능하면 손대지 않았다. 마시기보다는 그 수면에서 일어나는 정체 모를 가루의 브라운 운동을 멍하니 지켜봤다. 간밤에 축사에서 작성한 거래 계약서에 허점이 없는지 살펴보다 한숨도 자지 못해 한시적 수전증이 돌았다. 허점은 찾지 못했다.

 

교수는 관습적인 서론을 끝마치고 본론을 꺼냈다.

 

“샤덴 군. 지난번에 마력과 마술의 설명에 대해 순환논법이라고 지적했지. 그 점은 나도 알고 있네. 그러나 아직 마력과 마술은 일목요연히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탐구되지 못했어. 그러면서도 기본 상호작용에 속하는 중요한 개념이기도 하고. 그걸 정의하는 건 대단히 민감한 문제야. 나는 자네가 자칫 오개념을 갖지 않도록 최대한 안전하고 보수적인 설명을 했던 걸세.”

 

교수의 말에 샤덴은 수전증이 멎었고, 졸린 눈에 기민한 활기가 돌았다.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교수님. 동어반복 진술이 오개념을 낳을 염려는 없겠지요. 오히려 아무 개념도 낳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마력은 마술을 낳고 마술은 마력을 낳는다는 설명은 현실을 전혀 지시하지 않습니다. 추상적인 두 개념이 서로만을 지시할 뿐입니다.”

 

“낡은 생각이군. 현실을 묘사해야만 언어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네.”

 

“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경멸하는 문장을 저는 경멸합니다. 그건 물리적으로도 문리적으로도 무의미합니다.”

 

차가 식었는지 교수는 그것을 벌컥 들이켰다. “그렇지 않을 걸세. 일각수라는 단어를 떠올려보게. 언어철학자들이 곧잘 예로 사용했던 단어지. 일각수라는 어휘는 현실을 건전히 묘사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정말 그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나?”

 

“그런데, 교수님.” 샤덴은 말에 뜸을 들였다. “일각수는 정말 존재합니다.”

 

교수실은 방음 처리가 불량했다. 이 대화를 엿들은 몇몇 학생이 있었다. 이후 교수는 행정실에 방음재 설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