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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단편

이명

이하루 - 2020.11.04.

 

 

  여행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 난 피곤했고 씻지 못한 채 소파에 누웠다. 텔레비전 소리가 흘러나왔는데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 외에는 조용했다. 나는 거의 잠들어가고 있었다. 별안간 안이 방에서 걸어나와 나를 불렀다. 나는 일어나야 했다. 어둡던 마루에 불이 들어왔다. 귀가 계속 아파. 그녀는 오른 귀를 손바닥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귀갓길 중에 안은 갑자기 귀울림이 들린다고 말했다. 귀 안쪽이 먹먹하고 경고음 같은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자신을 병원에 데려가기를 원했다. 그때가 오전 한 시였다. 나는 저절로 호전되기를 기다려보자 제안했고 우리는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더러 조금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맞아,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그녀는 말을 하면서 이따금 눈가를 찌그렸다. 우린 외투를 걸친 뒤 차에 올랐다.

 

  지금 갈 수 있는 곳은 응급실밖엔 없었다. 조금 거리가 있었다. 시동을 걸면 차량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계기판의 이것저것을 조작해봤는데, 그 소리를 끊는 방법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대시보드의 컵홀더에 음료가, 식은 커피가 꽂혀있었다. 안에게 그걸 권했다. 마실 것이 들어가면 먹먹한 게 가실지도 몰랐다. 안은 한 모금 들이키고는 도로 내려놨다. 턱이 움직이니까 귀울림이 외려 심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창틀에 목을 기댔다. 조수석의 시트를 젖혀주자, 시끄러워서 못 자겠어. 그녀는 제자리로 되돌렸다. 신호에 걸려 기다리고 있을 때 그녀가 넘어가기를 재촉했다. 늦은 시간이라 도로는 한적했다. 안 될 건 없었다. 가는 동안 서로 말을 아꼈다. 단지 안이 때때로 아,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응급실은 소란스러웠다. 접수와 진료 모두 대기 인원이 있었다. 안은 미간을 짚고 굽은 자세로 앉아있었다. 곧 안의 이름이 호명됐고 침상으로 안내되어 문진이 이루어졌다. 서넛 명의 관계자들이 번갈아 찾아왔고 몇몇 질문은 중복되었다. 어떤 기구로 안의 귓속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우린 진단을 듣지 못했다. 응급실에선 귀울림에 대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낮이 되면 이비인후과로 가야 했다. 그나마 진통제만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우린 주차장으로 나섰다. 그녀는 차에 타고 나선 또다시 외마디 소리를 내뱉었다. 나는 피로가 쌓여도 귀울림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말했다.

 

  왜, 여행 때문에 힘들었잖아.

  아니. 그런 거 아니야. 너는 이해 못해.

 

  주차장으로 엠뷸런스가 들어서며 사이렌을 울렸다. 안은 눈을 감고 이를 마주 물었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은 더 이상 운전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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