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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랍 이하루 - 2023.11.15. 옥상에서 너는 그를 마주친다. 마침 네 얼굴은 한창 울면서 진창같이 되어있다. 죽고 싶도록 부끄러웠으므로 이 김에 죽기로 결심한다. 너는 헤까닥 담장 위를 올라타려 몸을 솟군다. 높이가 모자란 바람에 넘어가지 못한다. 뒤편에서 그가 큰소리를 내 너를 불러세운다. 너는 담장 너머를 향해 몸을 재촉한다. 담벽을 붙잡고서 못 미친 발돋움을 칠떡댄다. 그가 너를 붙잡아 떼어낸다. 너는 얕은 뿌리처럼 엉성하고 요란히 뽑혀 나간다. 너와 그는 나란히 바닥을 나뒹군다. 너희는 바닥에 찧인 데를 앓느라 서로 말문이 막힌다. 왜. 그가 먼저 따져 묻는다. 왜 그래. 너는 뭉개 감았던 눈을 뜬다. 그가 널 눈앞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아까 같은 충동이 화끈 차오른다. 너는 계단실을 향해 급스..
"アーティフィシャル・チルドレン(Artificial Children)" 가사 번역 "IOSYS"의 곡. 앨범 "東方萃翠酒酔" 수록. 不思議のフシギ 生命のない 후시기노 후시기 이노치노 나이 신비함의 신비함 생명이 없는 記号とキボウ 重なり合わせて 키고오토 키보오 카사나리 아와세테 기호와 희망 겹추어 맞춰내서 色と形 与えられたのは 이로토 카타치 아타에라레타노와 색채와 형태 주어졌던 것은 青と紅 歪んだこころ 아오토 쿠레나이 유간다 코코로 푸름과 붉음 비뚤어진 마음 無限のムゲン わたしは何処 무겐노 무겐 와타시와 도코 무한의 무한 나는 어디에 刹那のセツナ 目蓋を閉じても 세츠나노 세츠나 마부타오 토지테모 찰나의 찰나 눈꺼풀을 닫아봐도 行方不明 信じた言葉は 유쿠에후메이 신지타코토바와 행방불명 믿었던 말은 空のうしろへ 捨てられ消えた 소라노 우시로에 스테라레 키에타 하늘의 뒤편으로 버려져 사라졌다 わた..
"解体少女(해체소녀)" 가사 번역 밴드 "東方事変(동방사변)"의 곡. 앨범 "拈華微笑(염화미소)" 수록. 앨범명 염화미소는 일상 국어에선 잘 쓰이지 고사성어로 '연꽃을 들고 웃음 짓다'는 겉뜻에 '말 없이 마음으로 전해지는 일'이라는 속뜻이다. 석가모니의 아리송한 일화에서 비롯된 불교 성어다. エンコード 雑なら やめて 인코도 자츠나라 야메테 잡스런 인코드라면 그만둬 回路を 破壊する テンダネス 카이로오 하카이스루 텐다네스 회로를 파괴하는 다정함 なら 百害あっても一利も無い 나라 햐쿠가이앗테모이치리모나이 그렇다면 백해무익이야 ここに 残した 感情 코코니 노코시타 칸죠 이곳에 남긴 감정 嗚呼 解体少女 なんで 私を 取り巻いて 아아 카이타이쇼죠 난데 와타시오 토리마이테 아아, 해체소녀 어째서 나를 둘러감싸서 無意味に リピートしてる 置き去りの メロディ..
식일 이하루 - 2023.08.13.    여기에 상처가 있다. 미채가 등 한 군데를 짚어주었다. 맥 풀고 있던 영윤은 등이 떠밀렸다. 웃몸이 굽는 김에 목도 따라 숙여졌다. 미채의 손끝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다친 데에 일어날 법한 통증 같은 건 없었다. 곰곰 등에 신경써보다가 어깨 한편이 비끗댔다. 다칠 만한 일 없었어. 영윤은 고붓했던 자세를 세우며 미채의 팔을 물리쳤다. 뭐라든 아픔이 없었다. 미채는 내밀린 팔을 소리가 나도록 자리에 폭 떨궜다. 감이 없구나. 미채가 등판을 반히 들여다보는 동안 그는 다시 완완하게 수그러졌다. 미채에게 마주하려 고개를 틀었다. 배면을 댄 몸자세로는 거기까지 닿진 않았다. 뒤뜬 시선이 어중간에 머물렀다. 방에선 눈을 매어둘 만한 흠이 보이지 않았다. 미채가 약을 구해오겠..
예보 이하루 - 2022.08.11. 범은 별안간 속력을 높여 차를 다그쳐 몰았다. 하늘빛이 먹먹해졌고 비가 내리리란 예보가 있었다. 이왕이면 정장에 물먹이지 않을 셈이었다. 게다가 우산이며 젖은 밑창 따위가 통메우는 실내를 범은 질색했다. 식장까지는 삼십 분 남짓한 거리였다. 범의 가속에 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 무릎에 올린 손아귀에도 힘이 실렸다. 범은 룸미러로 안의 눈언저리를 흘겼다. 그건 무언가를 참고 다스리려는 몸짓처럼 보였다. 얼마 안 가 안이 눈주름을 풀었다. 범이 그녀를 거울로 비춰 보고 있었다. 그녀는 반동으로 뒤로 쏠린 몸을 내처 시트에 쭉 붙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범의 얼굴을 바로 향해 보았다. 걔는. 안은 말문을 떼려다가 우선 목부터 축였다. 컵홀더에 손을 뻗으려면 좌석에 파묻힌 몸을..
Oliverio Girondo "Aparición urbana" 번역 Aparición urbana ¿Surgió de bajo tierra? ¿Se desprendió del cielo? Estaba entre los ruidos, herido, malherido, inmóvil, en silencio, hincado ante la tarde, ante lo inevitable, las venas adheridas al espanto, al asfalto, con sus crenchas caídas, con sus ojos de santo, todo, todo desnudo, casi azul, de tan blanco. Hablaban de un caballo. Yo creo que era un ángel. 도시의 환영 땅에서 솟아났을까? 하늘에서 떨어졌을까? 소음들 ..
매장 이하루 - 2022.03.22. 유미는 땅에 묻기를 원했다. 달리 장례할 방법은 알지 못 했을 거였다. 부모는 도울 생각이 없댔다. 우리는 죽은 생쥐를 추슬러 산으로 갔다. 도회에서 너그럽고 무른 땅이라곤 거기밖엔 없었다. 유미는 금세 숨이 찼고 찬기를 들여쉰 코끝이 매작지근히 발개졌다. 그는 걸으면서 계속 흔들렸다. 걸음이 얕아 자꾸만 발부리가 걸리는 탓이었다. 겨울옷이 끼어 몸이 잠긴 모양이었다. 산의 질커덕한 땅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유미는 얼김에 멎어서며 손에 움킨 생쥐를 들여다봤다. 그건 유미의 양 손뼉에 뻣뻣히 들어맞아서 흘러 떨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죽은 건 삼일 전이었다. 그 사흘 동안 유미는 생애 처음 맞는 사체를 두고 방도를 잡지 못 하고 있었다. 쥐는 제자리에서 가만가만..
3장. 인스턴트 유성 발생 장치 양서토 - 2021.10.25. 유성은 별꼬리가 살아있는 한, 인간이 그 귀에 대고 한 말이 있다면 반드시 그대로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하르소는 별의 당위를 믿는 사람이었다. 그는 매 유성 예보가 있는 날마다 변두의 들판으로 나가 별밤에 대고 주문을 올렸다. 하지만 뭇 신앙이 그렇듯 즉각의 보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언 일곱해 째였다. 리아모가 하르소의 입에서 직접 그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때, 그녀는 외력을 동반하지 않은 뇌진탕을 경험했다. 하르소는 자신의 가감 없는 고백이 자못 홀가분한지 선연히 웃었다. 그가 선뜻 부탁할 게 있다며 고개를 숙이자 리아모는 당혹스러워 했다. 아무런 신기도 없는 속인의 몸으로 사제의 독실한 제례를 받아버린 기분이었다. 그는 별에 소원을 청할 방법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